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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 편의점
손익인증보트를 타다 길을 잃은 현수는 무인도에 도착했다. 절망에 빠져 해변을 걷던 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섬 한가운데 'CU' 편의점이 덩그러니 서 있는 것이었다. 자동문이 열리자 인공지능 로봇 점원이 상냥하게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길 잃은 고객님. 삼각김밥은 유통기한이 임박하여 1+1 행사 중입니다." 현수는 얼떨결에 삼각김밥과 바나나 우유를 계산하고 나왔다. 망망대해 위 외로운 섬에서 맛보는 편의점의 맛. 현수는 어쩌면 이곳이 천국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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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드래곤의 불꽃
손익인증작은 드래곤 '플리'는 불을 뿜지 못했다. 재채기할 때 겨우 불꽃 몇 개가 튀는 게 전부였다. 다른 드래곤들은 그런 플리를 놀려댔다. 어느 날, 숲에 큰불이 났다. 거대한 드래곤들이 뿜어대는 불길에 불은 오히려 더 거세졌다. 그때 플리가 용기를 내어 불길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재채기를 했다. '에취!'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거대한 불덩이가 아니라, 모든 불을 집어삼킬 듯한 강력한 물줄기였다. 사실 플리는 불을 뿜는 레드 드래곤이 아니라, 물을 다루는 희귀한 블루 드래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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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비밀 레시피
손익인증민준은 할머니의 낡은 요리 노트를 발견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치찌개' 레시피에는 "손주 생각 한 큰술, 며느리 흉보기 두 꼬집" 같은 알 수 없는 재료들이 가득했다. 마지막 줄에는 "가장 중요한 재료: TV 드라마 보며 끓이기 (남 주인공이 멋질수록 맛이 좋아짐)"이라고 적혀 있었다. 민준은 웃음을 터뜨리며 생각했다. 할머니의 손맛은 단순한 양념이 아니라, 즐거움과 사랑 그 자체였구나. 그날 저녁, 민준은 일부러 제일 인기 있는 드라마를 틀어놓고 김치찌개를 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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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자 고양이
손익인증현우의 고양이 '나비'는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게으름뱅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비는 사실 '고양이 시공간 요원'이었다. 현우가 외출 직전 열쇠를 못 찾아 발을 동동 구를 때, 낮잠에서 깬 나비가 하품하며 기지개를 켜는 바로 그 자리에 열쇠가 있었다. 끓는 물을 잊고 TV를 보던 현우의 발밑에 괜히 드러누워 정신을 파는 것도 나비의 임무였다. 나비의 고된 임무 덕분에, 현우는 오늘도 지각하지 않고, 냄비를 태우지도 않고 무사히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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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첫 이모티콘
손익인증일흔 살 생신을 맞은 할아버지께 가족들이 스마트폰을 선물했다. 할아버지는 돋보기를 쓰고 작은 화면을 들여다보며 쩔쩔매셨다. 손녀 소미는 주말마다 할아버지 댁을 찾아 메시지 보내는 법, 사진 찍는 법을 알려드렸다.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저녁, 소미의 휴대폰에 '띠링'하고 알림이 울렸다. 할아버지에게서 온 첫 메시지였다. 메시지 창에는 단 한 글자도 없이, 그저 빨간 하트 이모티콘(❤️) 하나만 덩그러니 찍혀 있었다. 소미는 그 어떤 장문의 편지보다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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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도둑의 정체
손익인증민준은 심각한 문제에 부딪혔다. 매일 밤 양말이 한 짝씩 사라지는 것이었다. 범인을 잡기 위해 침대 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다음 날 영상을 확인한 민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범인은 바로 강아지 '몽이'였다. 몽이는 양말을 물고 소파 뒤 구석으로 가더니, 그동안 훔친 알록달록한 양말들로 만든 푹신한 '왕좌'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그 위에 잠이 들었다. 민준은 몽이를 혼내는 대신, 그날 밤 새 양말 한 켤레를 조용히 몽이의 왕좌 옆에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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